2004/05/08 00:19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 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은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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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나는 군대를 갔다. 군대가기 전날 친구 세명과 마루에 누워 정신을 못차릴 때 까지 술을 먹고 마냥 도드라지게 자빠져 있었다.
목이 말랐던거 같다. 어릉어릉한 가로등 불에다가 "커텐을 치고 잘껄 씨발"이란 대사를 주고 눈을 떳을 때 내 머리맡에서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엄마의 눈물이 있었다. 질끈 다시 눈을 감았고 정확하게 석달 뒤 다시 엄마의 눈물을 봤다.
그때는 나를 위한 눈물은 아니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뭍는다는 말은 구라가 아니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한 아이를 가슴에 묻고 매일 밥 넘길 때마다 독한 가시가 목에 걸려있는 것처럼 울컥 하는데 모진 엄마의 감성은 그걸 꾸역꾸역 집어 삼킨다.
아는데도 모른체 함은 그래서 힘들다.
세월은 벌써 10년이나 갔고 세상은 아직도 그대로다.
나는 먼 곳에 두고온 우산처럼 찾으러 가자니 귀찮고 그냥 잊자니 아쉽고 한 마음이 되 버려서 오늘처럼 술먹고 한가하게 노트북 앞에서 모니터랑 독고다이 뜰 때만 생각이 나는데 엄마는 그렇지 않을거다.
내일 어버이 날이다. 그나마 난 사정이 좀 낳은 편이라 엄마, 아버지 모시고 대도식당을 갈까? 여의도 창고를 갈까? 어느 꽃등심이 좋을까 고민하지만 꽃등심 사드린다고 효도 되는거 아닌걸 잘 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면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내 네살어린 동생이 죽은지도 벌써 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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